• 2023. 2. 28.

    by. 새우깽

    딸 간호에 극진한 엄마,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외딴집에서 엄마의 간병을 받으며 평생을 살아온 십 대 소녀 클로이. 이제는 집을 떠나 자유롭게 살고 싶지만 왠지 모르게 엄마가 자신의 독립을 방해하는 것만 같다. 점점 의심을 키워가는 클로이는 증거를 모으기 시작하는데... 

     

    넷플릭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스릴러 영화 <런>은 엄마와 딸 사이의 미묘한 모성애와 관계를 보여주는 흡입력 있는 스릴러 영화다. 이 영화는 2020년 넷플릭스에서 개봉되었고 출연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력과 영화 자체가 주는 서스펜스 때문에 순식간에 많은 영화 팬들의 관심을 얻었다. 이 영화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스릴러 영화 <서치>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 연출, 각본 그리고 프로듀싱을 맡아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충실한 스토리와 긴장감을 바탕으로 제작비의 75배에 달하는 수익에 달하는 등 박스오피스 흥행을 불러일으킨 영화 <런>은 기대 이상의 역작이다. 

     

    <런> 내용은?

    영화는 다이앤 셔먼과 그녀의 딸 클로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클로이는 평생 휠체어에 갇혀 지냈고 천식, 당뇨병, 마비 등을 포함한 수많은 질병을 앓고 있다. 그녀의 열성적인 보호자 클로이는 평생 그런 클로이를 돌보고, 홈스쿨링을 하고 가능한 그녀가 최상의 상태로 의료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헌신하고 있다. 하지만 클로이가 점점 성장함에 따라 그녀는 자신의 헌신적인 엄마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의 행적 하나하나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클로이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집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영화 <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주인공으로 나온 두 배우의 연기다. 섬찟할 정도로 헌식적이며 집착적인 엄마를 연기하는 배우 사라 폴슨은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와 '래치드'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그녀의 조종적이고 통제적인 어머니에 대한 연기는 오싹하면서도 가슴 아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영화의 배경은 대부분 클로이와 그녀의 엄마가 살고 있는 외딴곳에 위치한 평범한 가정집인데 클로이가 엄마의 비밀을 발견하자마자 영화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는 듯한 느낌도 놀라울 정도로 잘 연출해 냈다. 따스하고 아늑한 집은 공포의 공간으로 순식 간에 탈바꿈하며, 이제는 반드시 탈출해야만 하는 무엇으로 바뀐다. 동시에 관람객 또한 평범한 가정집이주는 압도감에 폐쇄 공포증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영화적 설정은 영화 전반에 긴장감과 불안감을 더해준다. 

     

    남을 아프게 해서 주목받고 싶어 하는 증후군 

    영화는 전반적으로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을 다루고 있다는 리뷰가 많다. '뮌하우젠 증후군'이란 실제 병이 없음에도 타인의 사랑과 관심, 동정심을 유발해 아프다고 거짓말을 일삼거나 자신의 상황을 과장하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반대로 아픈 사람을 돌보며 희열을 느끼고 동정과 관심을 받으려는 증상은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돌보고 있는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어 정서적으로 그 대상이 자신에게 영원히 종속되기를 원하며 극진한 돌봄이 외부로 알려져 주목받기를 원한다. 주로 아픈 환자나 어린 자녀를 대상으로 가해지는 경우가 많다. 즉, 간호해야 할 대상을 실제로 아프게 만들어 극진히 간호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미국의 한 백인 여성이 흑인 입양딸에게 불필요한 진료와 수술을 500회 이상 받도록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그녀는 딸에게 식이장애가 있는 환자가 사용하는 튜브를 삽입하게 했고 휠체어를 사용하게 했다. 그녀는 난치병 어린이를 옹호하는 이름 있는 재단에게 수혜를 받기도 했고 딸아이를 위한 다양한 모금 행사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리뷰들과 내 생각은 다르다.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은 어떠한 대상을 극진히 보살피며 자신의 헌신적인 모습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정욕에서 나오기 마련인데(관객을 필요로 한다), 이 영화에서 클로이의 엄마는 헌신적인 자신 모습을 인정받으려고 하는 것보다 오히려 자기의 소유물이라고 느껴지는 딸이 자신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통제하는 병적인 집착을 더욱 초점을 뒀다고 보여준다. 인정욕보다는 삐뚤어진 소유욕에서 발현된 신경증적 증상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여하튼 영화가 주는 반전, 그리고 실제 이러한 신경증적 증세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쫄깃한 스릴감을 맛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