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1. 12.

    by. 새우깽

    영화 <몬스터> 2003

    미국 최초의 여성연쇄살인범 이야기 

    가난한 형편에 동생들을 뒷바라지를 하느라 13살부터 거리의 창녀로 살아온 에일린 워노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게 된 동생들은 그녀를 창피해하고 외면한다. 한 때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충만한 소녀였지만 이제는 나이를 먹어 거리를 전전하는 매춘부가 된 그녀는 어느 비 오는 날 고가대로 아래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한다. 하지만 매춘으로 그날 번 5달러는 마저 쓰고 죽자고 결심한 그녀는 근처의 시끄러운 술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그곳에서 에일린의 운영을 바꿔버린 여인 셀비를 만난다.

     

    급속도로 사랑에 빠진 에일린과 셀비는 다음 날 데이트 약속을 하게 되고, 셀비를 근사한 곳에 데려가고 싶었던 에일린은 돈을 벌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선다. 하지만 거리에서 만난 한 남성은 그녀를 으슥한 숲 속으로 데려가고 그녀를 가학적으로 폭행하기 시작한다. 에일린은 손목에 묶인 밧줄을 가까스로 풀고 눈앞에 있는 권총을 들어 그를 쏴 버린다. 에일린은 어쩌면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진짜 사랑해 줄지도 모를 셀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폭행의 트라우마를 안고 약속 장소로 향한다. 

     

    살인에 대한 죄책감도 잠시, 이제 셀비와 함께 지내며 생활비가 필요했던 에일린은 거리 생활에서 손을 털고 취직을 하려 애쓴다. 하지만 매춘 외에는 전혀 일을 해 본 경험이 없는 에일린은 면접 장소에서 번번히 냉소와 조롱을 당할 뿐이다. 전적으로 경제권을 에일린에게 의지하고 있던 셀비는 에일린에게 왜 매춘을 그만두었냐며 다그치고, 울먹이는 셀비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에일린은 다시 거리로 나선다. 그리고 멈출 수 없는 살인을 계속하게 되는데... 과연 셀비와 에일린의 사랑은 그들을 어디까지 데려갈까? 

     

     

    아일린 워노스 그녀는 누구인가

    1956년 디트로이트 북쪽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아일린을 양육할 능력이 없었던 무책임한 부모로 인해 어릴 때부터 외조부에게 맡겨진 아일린은 알코올 중독자였던 외할아버지에게 구타를 당하며 자랐다. 어릴 때부터 용돈을 벌려고 학교 남학생들과 성적인 행위를 했으며, 14살 때 원치 않는 임신으로 미혼모 센터를 떠돌다가 출산 후 외할아버지로부터 쫓겨났다. 위탁가정을 전전하던 아일린은 이후 생계를 위해 매춘을 시작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거리를 전전하던 아일린은 1986년 어느 레즈비언 바에서 운명의 여인 타이리아 무어를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바로 이 여자가 영화에서 셀비로 나온 캐릭터의 실존 인물이다. 이 둘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강도와 살인 행각을 벌이기 시작했고, 이때 거리에서 만난 남성 7명을 총으로 쏴 죽이고 차량과 금품을 훔친다. 차량에서 나온 지문으로 아일린을 용의자로 지목한 경찰은 한 술집에서 그녀를 체포하게 된다. 체포 직후 연인이었던 타이리아는 아일린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이 지금 자신의 가족을 심문하고 있다며 두려움을 호소했고(그리고 그 통화 내용을 아일린 몰래 녹취했다), 애인의 목소리에 감정적으로 동요한 아일린은 바로 그다음 날 모든 것은 자신이 한 일이라며 자백을 하게 된다. 아일린은 자신이 살해한 남성 총 7명 중 6명의 혐의를 인정받고 사형을 선고받는다. 그리고 2002년 약물주사형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미국은 사형 선고 전 사형수가 먹고 싶은 음식 한 끼를 제공하는 관습이 있는데 아일린은 블랙커피 한 잔을 먹었다고 한다. <The Last Meal>이라는 프로젝트를 검색하면 미국의 사형수들이 형 집행 전 먹은 음식을 사진으로 연출한 작업을 볼 수 있다. 

     

    동정 여론을 조성하는 영화인가? 

    이 영화가 나온 2003년에는 그런 풍조가 없었겠지만, 지금은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류의 영화나 콘텐츠를 사회에서 다소 경계하는 분위기다. 몇 해전 N번방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범죄자가 검찰에 송치되던 날 뱉었던 한마디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범죄자 조주빈은 포토라인에 서서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겼고, 유명 범죄 심리학자 이수정은 "조주빈은 악마가 아니다. 초라한 미취업자일 뿐이다"라고 표현했다. 자신을 악마라고 표현한 것 자체가 자의식 과잉의 증후라는 논리다. 이후 많은 언론기관에서 그를 악마로 표현하지 말자는 입장을 뚜렷이 표현했다. 

    이 영화는 아일린의 기구하고 비참한 삶을 그녀의 관점에서 그린다. 어린 시절부터 보살핌은커녕 학대와 가난에 시달린 탓에 반인격적으로 성장해 버린 그녀의 인생을 단지 그녀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실제로도 영화에서 그녀는 재기를 꿈꿨지만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배제당한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라인과 설명을 따라간다고 해도 아일린이 저지른 살인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그녀는 실제로도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총 40점에서 32점을 받았다고 한다). 이 영화가 지금 나왔어도 2003년에 그랬던 것처럼 평론가들의 극찬과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까? 여러 질문을 남기는 영화다. 넷플릭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영화이니 범죄 실화 영화에 관심이 많다면 검색해 보길 바란다.